본문 바로가기
전원의 일상

경계목, 첫째 날

by 빠피홍 2020. 3. 5.




경계목, 첫째 날

  

 

은퇴 후에 이곳에 살기로 하고 낡은 집과 땅을 구입한지가 벌써 30년이 넘었다. 당시에는 한창 일 할 나이여서 이웃하고 있는 사람에게 모든 걸 맡기고 측량도 하지 않았었는데 세월이 흘러 측량을 해보니 모든 것이 바뀌어있었다. 이 사람에게서 땅도 구입했는데 그의 말인즉 예전의 측량 기술에 한계가 있어서 이렇게 뒤죽박죽이 되었다고 했다.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난 어쩔 수 없이 내 것이 아닌 북쪽 땅과 서쪽 땅을 내어주고 말았지만 그 만큼의 남쪽 내 땅은 찾지 못한 채 벌써 수년이 흘러온 셈이다. 이웃 간에 시비가 생기는 걸 꺼렸기도 했거니와 땅이 조금 더 있어본들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쪽 경계 쪽 땅은 원 소유자가 서울사람에게 수 년 전에 판 상태로 지금은 빈 땅이며 바로 옆에 거주하고 있는 원소유주가 깨를 심기도 하는 밭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다 찢겨진 비닐이 너풀거리는 하우스 쪽 일부를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3년 전에 받았고, 나와 관계가 좋아지면서 작년에는 그의 부인이 땅을 가리키며 경계를 새로 해도 좋다고 했었다. 난 알겠다고 했지만 굳이 경계목인 쥐똥나무를 캐고 조금 안쪽으로 땅을 넓히게 되면 측량을 새롭게 하는 등 돈이 들기 때문에 그냥 지나오던 터였는데 잡초덤불에 갇힌 쥐똥나무가 계속 죽어가고 구멍이 숭숭 뚫리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위쪽에 살고 있는 이웃 큰 어른이 우리 집 정원에 가득 있는 회양목을 싹 걷어내면 정원이 훨씬 넓어 보인다하기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 아 그래!”하고 무릎을 쳤다. 썩어서 볼품도 없거니와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쥐똥나무를 몽땅 캐내고 회양목으로 대체하면 안성맞춤이 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머리에 떠올랐다.

원소유자에게 한 두 차례 설명을 하여 경계를 새롭게 만들어야겠다고 하자 공감을 하면서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서 몇 차례 더 설명을 했다. 경계목이 다 썩어서 울타리역할도 못할 뿐 아니라 보기도 싫고 철책으로 하면 옮기기도 힘들지만 회양목으로 하면 언제든지 경계를 조정할 수 있지 않느냐고 설득을 하여 동의를 얻어내었다.

 

날씨가 풀린 오늘이 작업을 할 수 있는 날이었다.

우선 쥐똥나무를 그저께부터 조금씩 캐내기 시작하여 오늘 전부 다 캐내었다. 쥐똥나무 밑에 묻혀있던 농사용 검정비닐도 거의 빼내고 하우스가 있는 쪽에서 말뚝을 박고(원래는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하나 나중에 경계측량을 하면 정확히 나옴으로) 환경부 땅 쪽 끝을 연결하기로 하고 연락을 했다. 오늘 쥐똥나무를 다 캐내었음으로 나와서 경계를 확인해달라고 몇 차례 이야기 하자 알아서 하라고 하더니만 마지못해 나와서 보고는 오케이를 했다.

 

양쪽 말뚝에 비닐 끈을 묶고 연습 삼아서 회양목 여섯 그루를 옮겨다 심었다. 연습이라고 하는 것은 땅이 경사가 져있음으로 아랫부분 푹 파인 곳에 흙을 메꾸고 남은 흙을 회양목을 캐낸 곳에 다시 메꿀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새로운 흙을 구할 수 있으면 쉽게 해결될 수 있지만 간단치 않기 때문이었다. 가능할 것 같다. 약간 경사를 두면 될 것이고 경사부분에 야생화를 심어두면 홍수가 나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사오일 정도 걸리면 그간 고민꼬리였던 정면의 경계목이 깔끔하게 바뀌게 될 것이다.

 

@202033



        쥐똥나무다.

       조금 캐내어보았다.



       농사용 검정비닐을 그대로 묻어두어 흙묻은 비닐이 가득하다.

       정말 짜증나지만 내가 뽑아낼 수밖에.


       길게 이어져 있던 쥐똥나무를 몽땅 캐내었다.

       속이 시원하다.


       정원 안쪽에 있던 회양목을 몽땅 캐내어 경계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급할 것이 무에 있겠는가, 차근차근 회양목을 캐내어 옮겨 심으면 되는 것인 걸



'전원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계목, 셋째 날  (0) 2020.03.07
경계목, 둘째날   (0) 2020.03.06
미니 온실과 부지갱이 밭  (0) 2020.03.04
클레마티스 기둥 세우기  (0) 2020.03.03
고목 벚나무 베기  (0) 2020.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