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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일상

고목 벚나무 베기

by 빠피홍 2020. 2. 1.



고목 벚나무 베기

 

 

서른다섯 살이 되는 벚나무다.

1988년도에 4년생 정도의 이 벚나무를 내가 직접 심었으니 벌써 오래되긴 하다. 봄이 되면 화려하게 꽃을 피워주었으나 어느새 고목이 되어 주위에 그늘을 만들고 많은 낙엽이 떨어져 골칫거리였다. 몇 년 전에 사다리를 놓고 낑낑거리며 가지 하나씩 톱으로 잘라내었는데 또 자라났고 뒤쪽 큰 가지는 꽃은 피어났으나 큰 기둥은 반 이상이 이미 썩어있었다.

 

나무를 볼 때 마다 과감하게 잘라야겠다고 생각을 하곤 했으나 나무 기둥이 너무 굵고 키 또한 높아서 전기톱이 아니면 도저히 나무를 잘라낼 수 없었다. 꽃 순이 나올 봄에 전지작업을 하면 무거운 나무토막이 떨어져 꽃 순이 다칠 수 있어 순이 나오기 전에 빨리 처리를 하고 싶었으나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았었다.

 

며칠 전에는 나무를 베는 전기톱 소리가 요란하여 나가보니 조씨가 전에 베어두었던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작은 나무를 베느라 분주했다. 톱을 잠깐 빌려 쓸 수 있겠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으나 참기로 했다. 예전에 이곳에 같이 살았으나 지금은 동네 주민도 아니고 주말에 교회에 나오는 사람이라 부탁하는 것이 주저되었다. 보름 전인가 벚나무를 가리키며 저걸 잘라야겠는데 혹 시간이 되면 기계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내용을 아는 처지라 본인이 자청하여 내게 쓰라고 하면 모를까 그냥 참고 다른 기회를 보기로 했다.

 

전기톱이 있는 홍남표씨 댁에 연락을 취했더니 고장이 나서 사용이 불가능했고 마을 전용 전기톱은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도 확인이 안 되어 마음이 초조했었는데 마침 윗집 이회장 집에서 나무 베는 소리가 요란했다. 서 부장이 아침부터 키 큰 나무들을 베고 있었다.

서부장은 간혹 이회장과 함께 들리곤 하는 처지라 나와는 비교적 친숙한 관계다. 부탁을 하자 바로 잘라주기로 했다. 너무 고마웠다.

 

밧줄까지 들고 왔다.

썩은 세 번째 나무기둥은 잘라내고 나머지 두 개는 잔가지만 남겨두고 싹둑 잘라버렸다. 벚나무는 세월이 지나면 썩는 것이 큰 문제였다.

시원하게 처리했다. 다른 집 정원들이 왜 주목과 같은 침엽수로 조경을 하는지 이제야 이해를 하게 되었다.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난 정원은 꽃나무를 심고 많은 야생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탓에 활엽수를 심었었다.

 

@2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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