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저장소
낙엽을 모아서 퇴비를 만들기로 했다.
매년 가을이면 교회 앞 가로수인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낙엽이 도로에 굴러다니는데 큰 마대로 다섯 개는 족히 된다. 누군가는 치워야하나 교회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여 내가 늘 처리하곤 한다. 몇 년간 포대에 담아서 정원 뒤쪽에 던져두었던 것이 납작해져서 열어보니 새까만 부엽토가 되어있었다. 숯가루 같이 가늘게 부서져있었고 냄새도 전혀 없었다.
매일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중에 채소류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하루에 플라스틱 통 하나 정도는 나오는데 이 또한 낙엽과 함께 저장해두면 좋은 퇴비가 될 것 같고 봉투비용도 아낄 것 같다.
▲애초에 만들려던 왼쪽 장소에서 오른쪽으로 옮겨 만들었다.
정문에서 들어오면 빤히 보이는 장소이긴 하나 뒤쪽은 햇볕이 잘 들어 텃밭으로 적격이어서 이곳 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판단하여 터를 고르고 몰타르와 벽돌 등을 옮겨놓고 작업을 시작하려던 차에 우리 동네 큰 어른이신 유회장께서 둥근 향나무가 있는 뒤쪽으로 옮기는 게 어떠냐고 한다. 그러고 보니 텃밭에는 큰 방해가 될 것 같지 않아 유회장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오른쪽 벽돌 몇 장이 보이는 장소에서 왼쪽의 둥근 향나무 쪽으로 옮겼다
▲ 하나씩 벽돌담을 쌓아간다.
처음 해 보는 벽돌 쌓기 작업이지만 몇 단을 올리자 제법 요령이 붙었다. 물론 수평과 높이가 맞지 않아 약간은 어색하지만 그런대로 잘 된 것 같았다. 손자가 와서 몰타르 반죽도 가져오고 벽돌도 가져다준다. 아이들은 이런 것 들이 신기하고 재미있나 보다.
이튿날 만져보니 제대로 잘 굳어있었다. 그러나 아뿔사 이내 후회가 왔다. 기초를 약하게 한 것 같다. 간혹 우리 정원에 들어오는 고라니가 놀라 도망가다가 부딪치면 무너질 것 같다. 맨 밑바닥에 자갈을 깔고 몰타를 그 위에 잔뜩 발랐더라면 하는 후회였다.
한 2,3년 썩혀두면 좋은 비료가 될 것 같다. 화단에 뿌리거나 텃밭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며 교회 앞 낙엽치우는 부담도 덜어줄 것이다.
@2018년3월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