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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기

[집짓기 9] 밑동(네모토) 작업

by 빠피홍 2017. 9. 16.


  맑은 가을 하늘을 뒤로 하고 작업이 열심이다


[집짓기 ] 밑동(네모토) 작업

 

 

@2017-09-13

 

어제 자재를 들여놓았다는 전화가 와서 오늘 오후에 나가보았더니 많은 자재가 좁은 마당에 가득했다. 대충 훑어보니 목재와 석고보드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각종 자재들이 포장에 쌓인 채 놓여있다. 바닥에는 대형 트럭의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것으로 보아 트럭과 지게차가 분주히 오갔던 하루였나 보다.



 

@2017-09-14

 

오전 10시 반에 현황측량을 온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11시가 다 되어 세 명이 도착했다. 건물이 앉을 각 코너의 기점에 폴을 대고 위치를 파악하는 작업이 30분도 안 되어 끝이 난다. 결과는 제대로 잘 앉혀져 있다고 했다. 내일 오후에 현황측량 성과도를 광주시에 가서 찾으면 된다고 한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현황측량이라는 것은 제 위치에 집이 앉혀졌는가와 당초 설계한 대로 되어있는지를 건축사무소에서 서로 크로스체크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성과도는 준공 시에 꼭 필요한 행위라고 한다.

    


        현황측량을 하고 있다

 

@2017-09-15

 

오늘부터 작업을 본격화한다고 했는데 9시경 현장에 도착해보니 아무도 없다.

한 시간 정도 머물고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은 후 광주시청으로 갔다. 안내에게 현황측량 성과도는 어디서 찾습니까?” 라고 묻자 친절하게 알려준다. 주소와 이름을 대고 성과도를 찾아서 시오레 건축사무소에 제출하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성과도는 정확하게 경계선 안쪽으로 위치가 기재되어있었다.

 

   현황측량 성과도


오후부터 작업준비가 되어있었던 것 같다. 처음 보는 인부들이 네 명이 작업을 하고 있다. 덩치가 큰 왕목수가 작업 지휘를 하고 두 명은 콘크리트 바닥에 구멍을 뚫고 다른 한 명은 두꺼운 나무를 절단하고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빨간 먹줄이 가장자리와 안쪽 벽이 설 곳에 처져있고 앙카라고 불리는 볼트가 몇 군데 박혀있다. 전기드릴로 10센티 정도 구멍을 뚫고 그 위에 앙카를 꽂아 망치로 세게 박는다. 단순히 박는 것이 아니라 볼트 위에 씌우는 도구로 때리는 것이었다. 원형 파이프 같은 것이 볼트를 죄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앙카가 무언가? 영어로 닻이 아니던가? 콘크리트 바닥에 닻을 내린다는 것이다.

 

표시된 먹줄 선에 구멍을 뚫고 앙카를 전부 박자 왕 목수가 레벨기를 보면서 각 구석구석에 폴을 받치고 있는 인부에게 몇 센티 더 올려라 내려라를 명령하면서 수평을 보고 있다. 가만히 보니 넛터 한 바퀴 돌리는 게 2센티이고 반 돌리는 것이 1센티였다. 각각의 수평작업이 끝나자 다시 먹줄로 균형을 잡아 맨 밑바닥에 넛터와 원형 넛터 받침판을 넣고서는 접착제로 마감을 한다. 그리고는 방부목에 규격 스폰지를 이어붙이고 구멍을 내어 앙카 속으로 끼어넣고 다시 위에 너트를 끼우고 레인지같은 도구로 꽉 조임으로써 마감을 한다. 이로써 건물의 벽이 세워질 바닥이 평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만져보니 매우 튼튼하다.

 

이 기본 작업이 네모토라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자로 뿌리 근자에 으뜸 원인 根元인 것이다. 즉 밑동 작업이라는 의미였다. ‘네모토를 우리말로 무어라고 하는지 묻자 잘 모르는 것 같아 내가 설명을 해주었다. 아마 根元일 것이라고. 집에 와서 확인을 해보니 정확했다.

 

시멘트 바닥에 어떻게 목구조가 가능한지 상상이 되지 않았던 터라 목조공법이 언제부터 한국에 들어왔느냐고 묻자 10여 년 전일 것이라고 했다. 우리네의 옛날 목조건물은 바닥에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워 연결하는 공법이었는데 참으로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터의 작업이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 아직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의 건축공법이 들어오면서 새로 발명된 각종 도구와 장비 덕에 튼튼하고 신속하게 건축이 가능해진 것 같다.

 

제재소를 방불케 하는 나무 자르는 소리가 멈추었다. 수 백 개를 자른 것 같다. 이것이 어떻게 세워지냐고 묻자 무언가 설명을 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일 보는 수밖에 없다.



          간이 제재소 같다. 한 쪽에는 나무를 자르고 다른 쪽에는 시멘트 바닥에 구멍을 뚫는 소리가 요란하다



          앙카를 박고 스폰지를 잘라 방부목 밑동에 붙이고 있다



          수백 장의 나무를 잘라내고 있다



          콤프레사와 앙카, 이 앙카가 목구조의 핵심으로 시멘트바닥과 목조 기둥을 연결해주는 발명품인 것 같다.



          완성된 방부목을 앙카 속으로 집어넣어 조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밑동작업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