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친구인 조규선이 7년 전인 2010년도에 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어디에 보관해두었다가 지난 달 친구들의 대화방인 밴드에 아래와 같이 내 글을 소개해주어 화들짝 놀랐다. 당시의 블로그는 이미 사라져버려 내겐 자료가 없었는데 친구가 용케도 보관하고 있어서 내게 회상의 선물을 주었다*
그날 결혼식이 있은 이후 벌써 7년이 다 되어간다.
귀여운 손자가 태어났고 모두들 건강하다.
그저 행복하기만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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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표의 글은 구수하다
우리네 보통 생활이며 생각이다. 여기 홍상표의 허락 없이 아드님의 결혼 얘기를 옮깁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것을 깨닫는 사람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조규선
결혼 날
오늘은 내 아들 성진이가 결혼하는 날이다.
어제 밤은 이런저런 생각이 겹쳐서일까 나와 집사람은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집사람은 새벽부터 미장원에 간다고 부산하고 성진이의 가장 친한 친구인 동재와 원석이가 해도 뜨기 전에 일찌감치 집으로 왔다. 성진이를 데리고 신부 집에 가기 위해서다.
울릉도의 영자가 보내 준 더덕으로 주스를 한잔씩 나눠 마셨다. 그래 오늘 너희들이 수고를 해줘야겠구나.
식장에는 사돈내외도 이미 와 있었다.
화환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청첩장에 안내를 했음에도 청운교회 바깥과 안쪽에 엄청나게 많은 화환이 도열하고 있었고 계속 들어왔다. 내게 온 것이야 기껏 몇 개 밖에 되지 않았으나 대부분 사돈과의 연으로 온 것들이었다. 사람의 심리가 참으로 묘하다. 평소엔 이런 낭비가 어디 있느냐, 꽃집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등 양비론으로 귀착되곤 했었는데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마냥 싫지만은 않은 나를 발견한 것이다.
어렸을 적 고향친구들과 오랜만에 해후를 했다. 포항에서 대구에서 그리고 울릉도에서도 친구가 와주었다. 그리고 대학 동창들이 많이 와주어서 고마웠다. 난 참으로 눈물이 많은가 보다. 멀리서 낯익은 얼굴이 보이면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며 울먹일 뻔하였다. 몇 차례나 눈물을 감추었다. 결혼식에 참석해준 모든 이들은 많은 세월을 나와 함께 해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그들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온 터였다. 막상 내 자식의 결혼식에 이렇게 참석해주는 친구들의 모습에 미안한 감이 들었을 것이었다.
교회에서 이뤄지는 결혼식이라고 하지만 술이 없는 예식이 뭔가 허전하여 난 주변을 탐색하여 식당을 예약해두었었다. 교회 바로 앞쪽의 ‘마포갈비’에는 고향과 관계되는 선후배, 친척들 그리고 다른 식당인 ‘만장’에는 대학생과 중학교 친구들을 위한 장소로서 말이다.
폐백을 한다.
진행을 맡은 여인이 대추와 밤을 던져주라고 하면서 며느리가 앞가리개를 펼치며 받을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한 말씀 하시라고 한다. 그 순간 난 그만 울컥했다. 종내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아들과 며느리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난 종내 아무 말도 못한 채 폐백을 마치고 말았다.
아무 것도 도움을 줄 수 없었던 나 스스로가 안쓰러워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인생의 길로 떠나는 자식의 성장에 아비로서의 기쁨이 더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네가 너의 평생 반려자를 찾았다는 안도감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집안과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얼른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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