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고등학교 카페에 들렀다가 2014년5월에 내가 칠십을 맞이하여
블로그에 올렸던 짧은 글을 원부갑 회장이 옮겨놓은 것을 발견했다.
오래 전부터 써왔던 내 블로그가 내 실수로 사라져버려 아쉬움이 컷던 차에
옛 글을 보니 반가웠다. 다시 옮겨본다*
사돈이 보내 온 난(蘭)
고희(古稀)
오늘이 내가 칠십이 되는 날이다.
1945년5월25일 해방이 되던 해에 태어났으니 이제 칠십이 된 셈이다.
몇 달 전부터 홍콩에 있는 성진이로부터 수차례 칠순 회갑에 대해
집사람에게 이런저런 주문을 하였던 모양이나 난 한사코 거절을 했다.
칠순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니려니와 아이들한테 애비로서 큰 신세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애당초 잔치나 외식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성진이는 고급식당이라도 예약을 해두겠다고 했지만 난 사양을 했다.
몇 년 후에 책이라도 한권 출판할 때 지인들과 자리를 같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이다.
사돈으로부터도 난과 홍삼정 선물이 도착했다.
늘 받기만 해서 미안하던 차였는데 또 잊지 않고 칠순에 대한 예(禮)를 보내주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날씨가 너무 좋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오전까지는 해 맑은 날씨였다.
정원에 나가 나뭇가지를 치고 풀도 뽑고 잔잔한 옛 노래를 라디오를 통해 감상하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옛 추억에 잠시 잠겼다.
벌써 칠십이 되었구나.
아무 것도 이루어놓지 못한 채 이렇게 훌쩍 나이만 먹고 말았구나 하는 자괴감이 회환과 함께 들었다.
매발톱 파랑이, 작약과 더불어 눈길을 끈다.
내가 좋아하는 붓꽃이 조금씩 시들어가는 중이다.
곤줄박이가 벌레를 입에 물고 날아와서는 의자에 앉아있는 내 앞에서 대여섯 차례 깡충거리다가 재빨리 처마 밑으로 날아갔다가 이내 사라지곤 한다.
두 마리가 연이어 먹이를 물고 들락거린다. 곤줄박이의 암수깃털의 색깔이 다른 것 같다.
같은 둥지에 두 마리가 교대하여 들락거렸으니 부부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정원의 나무와 꽃들이 이젠 제법 가득하여 시원한 바람과 함께 뭔가 꽉 찬 느낌이다.
막걸리 맛이 좋다.
@2014년5월25일
붓꽃에 나비가 찾아왔다.
아직은 보라색이 싱싱하다.
곤줄박이가 아예 내 앞으로 날아와 날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내 나이 칠십인줄 알고 축하차 온 것인가?
작약에 벌이 찾아왔다.
꽃술이 너무 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