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동항 방파제에서 열린 불꽃쑈
<기고> 울릉도의 대변신 -5- 섬의 날 행사, 다시 가고 싶은 울릉도
정부 주관의 국가기념일 행사가 울릉도에서 8월8일 열리게 되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섬에 무슨 국가적인 행사냐고 의아스러워하겠지만 울릉도가 섬이었음으로 가능했고 네 번째로 치러지는 섬의 날 국가행사다. 매년 여름인 8월8일에 개최되는데 8이라는 숫자가 섬의 무한한 발전가능성(8=∞)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동해의 작은 섬에 이런 행사가 개최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울릉도의 진면목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번 기회에 섬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남한권 군수의 다짐과 전력을 다해 추진 중인 관광객 유치, 그리고 ‘울릉도.독도 특별지원법’의 범국민적인 홍보 무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본 행사는 취소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바로 태풍 때문이다. 섬 생활이 늘 그렇듯이 철썩 같은 약속을 해도 지킬 수 없는 것이 섬의 숙명인가보다. 비행기라도 있었으면 나름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본 행사는 좌절되고 말았다.
마침 부안에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섬의 날’ 행사와 같은 기간에 개최되고 있어 보다 규모가 크고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잼버리 대회에 자칫 묻힐 뻔 했는데 제6호 태풍 카눈마저 방해를 놓아 울릉도 행사는 자연스레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142년 울릉도 개척 이래 최대 규모의 국가적인 행사가 취소되고 말아 군민은 물론이거니와 국회 등 정치인들에게 현안 사업인 울릉도.독도 특별지원법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국가가 섬의 날을 제정한 것은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려 점차 줄고 있는 정주인구 문제와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 제1회는 목포시와 신안군 합동으로 개최되었고 제2회는 경남 통영에서 ‘섬, 쉼이 되다’라는 주제로, 제3회는 전북 군산시 새만금 컨벤션센터,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일원에서 개최 됐다.
타 지역 행사가 내륙에서 진행된 것과는 달리 울릉도는 여객선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명실상부한 ‘섬의 날’ 행사였다. 울릉군으로서는 ‘섬의 날’ 제정목적에 걸맞은 섬의 가치와 중요성, 정주인구문제 그리고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큰 그림을 이번 기회에 꼭 그리고자 했을 것이다.
1974년만 해도 29,810명이던 인구가 50년이 지난 현재 채 만 명도 되지 않으며 2066년에는 절반수준인 4,500명으로 줄어든다는 예측도 이미 나와 있다. 게다가 65세 이상의 노인이 43.5%를 차지하게 된다니 고작 2,000명 내외만이 생산 활동을 할 수 있어 울릉도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지 모른다. 삶의 질을 높여야 만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음으로 그 중 하나의 해결책인 특별지원법이 절실한 울릉도다.
비록 작은 섬이지만 울릉도에도 크고 작은 행사가 이어져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독도지키기 울릉도 전국마라톤 대회’로 2019년3월 스페인 바로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조선수와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딴 이봉주 등 천 여명이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 외 국제철인 3종 경기대회, 독도사랑 울릉도일주 전국산악자전거 대회, 울트라 울릉도바다 수영대회, 벵에돔 낚시대회 등 나름대로 특색 있는 행사가 있으나 이번 행사는 울릉도로서는 그야말로 매머드 급이었다.
행안부가 5억6천만원, 경북도 7억 그리고 울릉군이 8억4천만원으로 총 21억원의 예산으로 각종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울릉군으로서도 이처럼 큰 행사를 치러본 경험이 없어 일 년 내내 긴장상태로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사동 터미널 옆 광장에 본 행사 장소를 마련하고 전국 지자체에서 참여한 홍보부스 컨테이너를 설치하여 각종 현수막과 장치물을 위한 설비들을 갖추어 놓았다. 행안부 장관을 포함하여 600여 명의 내외빈과 300명 이상의 주민 및 관광객을 유치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셈이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도동에서 사동으로 가려면 고개를 넘어야 했다. 지금은 터널이 뚫려있고 위에는 원형 고가도로가 있어 도동과 사동의 경계에서 쉬어갈 틈이 없지만 당시에는 늘 이곳에서 숨을 몰아쉬면서 시원하게 트인 사동 해안과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확 트인 사동 해안은 늘 내게 가슴 설레는 곳이었다. 그곳에 큰 집이 있어 자주 다니던 곳이었다. 멀리 보이던 아름다운 해안이 크루즈선이 입항하는 사동항으로 변신을 했고 이곳에서 제4회 섬의날 행사가 열리게 된 것이다.
사동항에 준비 중인 본행사장과 전통집짓기 놀이인 ‘너새너와’
본 행사 중단에도 불구하고 부대행사는 계획대로 진행되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준비한 여러 종목 중에서도 오동나무 판을 엮어 미역을 채취하던 떼배 경주를 비롯해 1880년 울릉군 개척령 반포 당시에 울릉도에 왔던 이규원 감찰사의 옛길 걷기 그리고 울릉도 전통 집짓기 놀이인 ‘너새너와’ 도 태풍이 지난 다음 진행이 되어 다행이었다.
그러나 좁은 도로와 숙박시설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번의 기회가 좋은 시금석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본 행사를 치루지 못해 경험을 축적할 수 없었던 것은 내내 아쉬운 점이 되고 말았다.
8일부터 독도박물관에서는 울릉도민 개척의 시대를 열다, 울릉도 길을 만나다, 울릉도의 항구, 어민의 삶을 바꾸다. 새마을운동,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다 등의 사진전시를 하고 있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도 8일부터 과학과 문화로 본 섬 이야기 전시회, 울릉도와 독도를 잇다, 캘리그라피 특별전, 섬 사진전이 개최되었다.
또한 맛의 방주인 슬로푸드 시식회 행사를 개최하여 16일부터 17일까지 저동항 일원에서 부지갱이 나물밥, 고비·삼나물·미역취 볶음, 부지갱이 무침, 명이 김치, 명이지, 엉겅퀴국, 만두, 마가목 와인 등을 선보여 슬로푸드 시식 및 홍보활동도 전개했다. 한국섬진흥원에서는 7일부터 9일까지 한국 해양대 실습선 ‘한바다호’에서 한국섬포럼 국제학술대회와 ‘한섬원’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저동항 방파제에서의 기념콘서트
그러나 섬의 날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8월18일 저동항에서 개최된 섬의날 기념콘서트와 불꽃쑈였다. 당초 개막식 축하공연으로 준비한 것이었지만 이날 진행되었다. 울릉도 사상 최대인파가 모였다고 한다. 유동인구가 4천여명, 본 행사 참석인원만도 2천여명이나 되었다니 고요한 신비의 섬이 지축을 울릴 만도 했을 것이다. 여름밤 하늘을 수놓은 불꽃 속에 관중이 함께 어울려 휴대폰 플래시를 흔들며 떼창을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울릉도 행사도 규모와 질 면에서 많이 변화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023-12-10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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