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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울릉도 초대 영어선생 미세스 랜지

by 빠피홍 2023. 8. 28.

남한권 울릉군수 (오른쪽 두번째)와 오도창영양군수가 투산시 교육청관계자와 기념촬영/울릉군

 

<울릉도의 대 변신> 에피소드 3

 

2023년8월28일

 

울릉도 초대 영어선생 미세스 랜지

 

 

울릉도 학생들의 인재 양성을 위해 미국 현지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울릉도 학생 어학연수는 코로나193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14일 서울을 방문한 미국 투산시 교육청관계자 등 한국방문단과 오도창 영양군수와 함께 미국연수와 관련 간담회를 했다. 이번 간담회는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미국 현지 어학연수를 재개하고자 추진됐다. 울릉군은 지난 2009년 미국 애리조나 주 투산시 교육청과의 MOU를 체결했다. (2023615일 경북매일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울릉도 학생들의 미국 영어연수가 재개될 것 같다. 겨울방학이면 울릉도 어린이들이 미국으로 날아가 한 달 이상 홈스테이를 하며 영어도 배우고 미국의 문화도 익히는 일석이조의 호기를 갖게 된 것이다. 남한권(南漢權) 울릉군수는 6월14일 서울을 방문한 미국 투산시 교육청관계자와 함께 미국연수와 관련한 간담회를 가졌다.

 

어쩜 요즈음의 울릉도 어린이들은 태생적으로 큰 행운을 타고 난지도 모르겠다. 예전 어린이들이 육지로 한 번 나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었던가? 유일한 도착지는 오직 포항뿐이었고 지금은 포항은 물론 강릉, 묵호 그리고 후포항 등 네 곳으로 늘어났다. 최근에 와서 호화여객선이 있어 육지 나들이가 쉬워졌다고 해도 해외로 간다는 것은 간단한 여정이 아니다. 울릉항에서 배를 타고 육지로 그리고 버스나 기차로 인천공항을 거쳐 열 시간 이상이나 걸리는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투싼시까지 몇 차례 비행기와 버스를 번갈아 갈아타야하는 실로 힘든 여정이다. 어린 섬 아이들이 영어 배우러 미국에 가는 것이다. 영어도 배우고 국제적인 감각도 터득하고 서양의 문화도 익힐 수 있는 그들에게는 어쩜 희망의 대장정일 수 있을 것이다.

최수일<왼쪽> 울릉군수가 존 페디콘<오른쪽> 미국 투산교육청장과 김건선<가운데> TKAP 추진위원회위원장에게 울릉군과 투산교육청 간의 국제교류협약체결 및 미국어학연수 프로그램 지원에 대한 공로로 명예 울릉군민증 수여를 축하하고 있다./울릉군

2008년8월 애리조나 한인협회 오영상 이사장이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한 것이 인연이 되어 정윤열 군수(민선4기)에게 제안하여 투산시와 관계를 맺게 된 것이 오늘의 미국연수가 이어져 오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재미사업가인 김건선(TKAP 미국어학연수 추진위원회 위원장)씨가 주축이 되어 코로나로 인해 잠정 중단될 때까지 10년간 최수일 군수와 김병수 군수 대를 이어오며 빠짐없이 미국연수가 이어져왔다. 그간 연수에 다녀온 지역학생들이 226명이나 된다니 미래의 울릉인을 키워야하는 울릉도로서는 큰 성과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연수 학생선발 과정에도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에는 보통 20여명 전후의 초.중.고 학생들을 고루 선발하여 참여시켰으나 이젠 중학생 선발로 서서히 바뀌게 된 것 같다. 내년 1월에 떠날 학생들도 중학생으로 예상되는데 이로 인한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선발기준, 본인부담비용, 군지원비 등과 같은 문제와 함께 하나로 통합된 중학교에서 더욱이나 100여명 남짓한 학생 가운데 20% 정도만 선발된다면 탈락한 학생들의 좌절감이 얼마나 클 지를 생각하면 마치 내가 당사자인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도대체 영어가 무엇인가? 왜 이토록 우리는 영어에 매몰되어 학생 때는 물론이고 사회에 나와서도 이 영어 스트레스가 없어지지 않을까? 대한민국 동해의 구석진 외딴 섬 꼬마 아이들까지 힘들고 고된 여정을 거쳐 미국까지 가서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것일까? 어릴 때부터 많은 돈을 들여서 영어! 영어! 를 왜치고 있을까? 이런저런 많은 의문이 들지만 우린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중학생은 평균적으로 1.8개의 학원에 다니며 영어과목을 가장 많이 듣고 한 명이 쓰는 사교육비는 50만원 내외라고 한다. 돈을 들여서라도 공부를 시킬 학원이 있으면 좋으련만 울릉도에는 없다. 한 때는 울릉중학교에 현지인 영어교사가 있었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으나 최근에는 두 분 영어선생님만 계실뿐 낯선 외국인 이름은 없는 것 같다. 요즘은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하는 한국인들이 엄청 많아졌는데 단기 초빙강사로 뽑아 영어과목 시간을 대폭 늘려 아이들을 훈련시킨다면 효과적일 것 같고 선발에서 탈락한 아이들에게도 위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966년에 험프리 렌지(Humphrey Leynse)라는 미국인이 입도해 사동에 살고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한 이곳이 울릉도의 영어회화 교습 발상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분은 주한미공보관 영화장교로 근무하다가 1969년까지 3년간 울릉도에 거주했는데 'Island Doctor'라는 이일선 병원장의 활약상을 찍은 영화와 'Out There Alone Island'(저 먼 외로운 섬)이라는 울릉도 주민의 삶을 촬영한 분이었다. 험프리 렌지 부인이 요청하여 울릉수고 학생 몇 명이 영어회화 공부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한 학생이 지금의 한국드림관광 이정환 회장이다. 렌지부인이 일 년간 그에게 베푼 영어공부의 기회가 아마도 그에게는 일찍부터 인생의 좌표를 국제관광으로 설계한 것일지도 모른다.

1965년도와 1966년 사이에 내가 울릉유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어서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옛 울릉중학교 교사에서 한 달 동안 영.수.국어 강좌를 연 바 있었다. 당시 이영관 울릉장학회 회장께서 명예회장으로 참여해 학생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대학생으로 구성된 유학생들이 강사로 참여했는데 홍순혁(서울대), 김유근(고려대), 김영호(경북대), 김기훈(경북대) 등이었다. 영어담당 선생은 홍순혁 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벌써 60년에 가까운 세월이다.

명성식당 앞에서 체험캠프단과 향우회임원들이 함께 한 모습

2006년7월16일부터 울릉도내 학생들로 구성된 캠프단이 경기도 여주에 있는 국제문화 체험캠프에 일주일간 체험교육을 마치고 돌아간 적이 있었다. 외국인을 만나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 어린 아이들이 마치 해외에 온 듯이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영어로 말해보는 경험을 갖게 된 것이다. 당시에 나는 재경울릉향우회 회장을 맡고 있어서 울릉도로 돌아가는 어린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도 해주고 싶어 여주의 명성식당에서 불고기 식사를 제공한 적이 있었다. 자그만 선물도 마련했었다. 김갑출, 전만술, 유병태, 강영호 그리고 김분남 향우도 참석했다. 그로부터 벌써 16년이 지났다. 지금 쯤 그 아이들은 훌륭한 청년이 되어 그날을 기억할 것이다. 고향의 선배들이 그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했는지를.

2016년8월에는 대구교대 생이 울릉도의 천부초등생과 남양초등생들에게 ‘Summer English Camp' 영어캠프를 열어 비록 닷새간이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2018년8월에도 천부초등학교에서 ’Fun Fun English Camp'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

2020년 울릉도 학생들 미국 애리주나 주 투산시 교육청에서 어학연수 중인 모습 /울릉군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울릉도가 모든 분야에서 변모하고 있는데 영어교육도 변화하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이제 한번 쯤 곰곰이 생각해볼 때가 온 것 같다. 영어 유치원이 성업 중인 육지와 달리 울릉도 아이들에게 영어공부를 어떻게 시켜야할지 앞으로 어떤 변화로 대처해야 할지 모두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굳이 미국까지 가지 않아도 국내에는 많은 국제학교가 있어 이들 학교와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영어교사를 파견 받을 수 있다면 제대로 된 원어민 영어교육도 가능할 것이다. 중학교 3년 동안 생활영어를 매일 배워 익힌다면 적은 비용으로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는가? 울릉군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 한 분 모시는 지극한 정성이라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원어민 영어선생을 모셔 모두가 절망하지 않고 공평한 교육을 받아 졸업할 즈음에는 자신감 넘치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세스 렌지의 영어교습으로부터 대학생들의 영어강좌, 체험영어교육 그리고 해외 영어연수까지 이어지는 것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영어연수에 덧붙여 새로운 아이들 영어교육을 근본적으로 크게 바꿔볼 때가 온 것은 아닌지 또 한 번의 변신이 필요할 것 같다.

 

 

2023년8월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