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2010년03월25일 울사모에 게재한 것으로 현재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참과 Mr.Crawford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25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인 고유의 에너지를 잘 활용한다면 세계 1등 관광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날 오전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라마다 송도호텔에서 인천경영포럼이 마련한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한국문화관광 진흥방안 흥(興), 정(情), 기(氣)’란 주제 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단기간에 큰 성공을 이뤘는데 그 변화의 원동력에는 한국인의 에너지가 있었다”며 “신명나는 에너지(흥)와 감성적인 에너지(정), 자연에서 나오는 에너지(기)를 잘 이용하면 한국으로부터 문화적 영감을 받기 위해 외국인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연합뉴스, 2010-3-25)
해가 바뀌고 3월도 며칠 남지 않은 봄날이건만 그래도 을씨년스러운 날씨다.
오늘은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이 필드에 나가기로 약속된 날이다. 중부 고속도를 벗어나자 빗방울이 차창에 약간씩 부딪힌다. 허(許) 사장이 운전을, 난 뒤에서 신문을 뒤척이고, 조(趙) 교수가 앞자리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끌고 나가고 있다.
그냥 그치는 비겠지. 오랜만에 나왔는데 괜찮을 거야. 우리가 언제 비와서 안친 적 있어? 아니야 일기예보 들었는데 오늘 비는 지금부터 시작이래. 내일은 영하 2도래. 요즘 일기예보는 잘 맞아.
날씨가 주요 변수이다 보니 뭐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11시쯤 모두들 클럽하우스에 모였다. 다른 두 친구는 가방을 내려놓고 프런트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빈손으로 들어오는 우릴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이다. 왜 골프백이 없느냐고? 비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빈손으로 들어왔어.
비가 곧 그칠 거라는 측과 내일 아침까지 계속될 거라는 측의 상반된 의견이 분분하다. 허(許) 사장이 요즘은 일기예보가 정확해요 라고 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누군가가 그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을 한다.
“그래, 대통령보다 월급이 많다는 미국인 기상 담당관이 오고서는 아주 정확해졌어.”
밖을 보니 빗방울은 계속 떨어지는데 먼 산에는 안개가 위로 올라가고 있어 곧 갤 것도 같다. 그냥 쳐 볼래 어쩔까 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분명히 오늘 오후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고 한다. 기상대 예보를 믿느냐 마느냐로 잠깐 소란스러워졌으나 모두들 그 기상관(기상선진화 단장)인 Kenneth. C. Crawford가 오고부터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하면서 오늘 골프는 그만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 모두는 결국 기상대를 믿는 것이 아니라 Mr. Crawford 만 믿고 비가 많이 올 것으로 확신을 한 것이다.
어차피 놀러 온 하루인데 점심 먹고 가볍게 한잔하면서 천천히 가기로 했다.
누군가가 현재 관광공사 사장인 독일출신 ‘이참’ 의 기사를 아침에 읽었다면서 기득권을 배제하고 열린 생각 없이는 기상대는 말할 것도 없고 적자에 허덕이는 우리나라 관광도 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삼성전자, LG전자, SK 등에서도 이미 외국인 직원은 물론 많은 외국인 임원들이 자리를 꽤 차고 있다고 부언하면서 발전을 위해서는 처절하게 쇄신을 해야 한다는데 모두들 공감했다.
결국 날씨 때문에 기상대 이야기가 나왔고 기상대는 결국 열린 마음으로 외국 전문가를 과감히 채용함으로써 일기예보가 척척 들어맞게 되었다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친구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나라 일기예보가 최근에 와서 많이 정확해진 것 같다. 기득권을 과감히 깨버린 결과가 아닐까 한다. 이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도 “우리끼리” 의 순혈주의(純血主義)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야말로 조그만 지방자치단체도 글로벌과 거리를 두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고향 울릉군의 캐치프레이즈가 “국제 관광 휴양섬”이 아니던가? 굳이 ‘기상 선진화단장’ 이나 ‘관광공사 사장’ 같은 유능한 외국인까지 초빙하여 군수보다 많은 연봉을 주면서까지 인재확보를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겠느냐 만은 고향을 떠나 여러 분야에서 많은 걸 배우고 체험한 훌륭한 고향출신 인재를 최대한 활용하는 혜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야말로 열린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그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밖으로부터의 말은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같은 말이래도 외국인이 하면 감동을 받아 그것이 마치 진리인양 추종하려 하는가 하면 내국인이 똑 같은 말을 하면 무시해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이제 울릉군의 관광 발전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외국인을 수입해야만 할 것인가 귀추가 궁금해진다.
2010년3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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