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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합장 선거

by 빠피홍 2023. 2. 24.

 

 

*본 칼럼은 20100303일 울사모에 게재한 것으로 현재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조합장 선거

지난달 29일 치러진 임자농협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금품이 대거 살포됐다는 혐의를 잡은 경찰이 지난 18일부터 20여명을 섬에 상주시키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조사 대상은 투표권자(조합원) 1,093명 모두다 1,717가구의 64%로 세 집 중 두 집이 조사받고 있는 셈이다경찰은 구체적 혐의가 포착된 조합원은 파출소와 면사무소 등에서 조사하고나머지 조합원들은 집이나 마을회관 등을 찾아 면담을 통해 금품수수 여부를 확인해왔다.(2010-02-26 조선일보)

 

전남 목포에서 66km 떨어진 인구 3,721명의 신안군 임자도의 최근 모습을 그린 신문기사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가 이제 100여 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여기저기서 돈 냄새가 진동하는 선거 소식이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는 실정인데 농협조합장이 도대체 어떤 위치이기에 전 주민의 3분의2가 뇌물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인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돌아가신 선친께서도 수년간 울릉농협조합장을 역임한 바 있지만 이렇게 인기가 좋은 직업인줄 미처 몰랐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 죽기 살기 식의 선거는 시세말로 장사가 되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 아닌가? 조합장의 연봉이 1억 원이 넘고 수백억 원까지 대출을 해줄 수 있는 막강한 권한까지 가질 수 있다니 조그만 섬에서 이만큼 큰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는 직업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진 덕분에 영농에 관해서는 웬만큼 알 테고 좁은 동네이다 보니 조합원들 대부분은 거의 다 안면이 있는 터라 조금만 투자해 되기라도 한다면 투자액보다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리선거의 대명사 격인 “청도군의 비리”는 이 땅의 정치 희망자들에게 훌륭한 교과서가 되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2004년2월에 김상순 군수가 국회의원에게 공천헌금 5억원을 준 혐의로, 이원동 부군수가 2005년4월 재선에 당선되었으나 업무추진비 3800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하다가 또 쇠고랑을 찼고 후임인 정한태 군수도 2008년1월 유권자에게 5억원을 뿌려 현재 복역 중이다.

이 때 조사를 받던 농민 두 명이 자살을 한 소동도 우린 익히 알고 있는 바다.

 

울릉도에도 최근에 이런저런 조합장 선거가 있었다.

산림조합장은 경선을 거쳐 지난 2월3일 이석수(63)후보가 당선되었고, 지난 해 있었던 울릉 수협장 선거는 예년의 경선과는 달리 김성호(65) 조합장이 이미 무투표 당선된 바 있고, 농협조합장 선거도 지난 2월23일 손광목(65)현 조합장이 무투표 당선되었다는 소식이다.

 

울릉도를 대표하는 수협과 농협 조합장 두 분의 인품과 도덕성, 경영능력 등이 모든 조합원들을 감동시킨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먹고 먹혀만 할 피비린내 나는 선거전에 언감생심 무투표 당선이 가당치나 한 일이겠는가?

 

한 분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관용차를 없애고 자가용으로 공적 업무를 보는가 하면 급여를 장학금으로 내 놓는 등 여느 조합장과는 다른 열정이 돋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울릉도 사상 처음으로 중앙회의 비상근 이사로 선임까지 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하다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한 분은 자기자본 비율을 2년 전에 비하여 무려 37억원이나 증가시켰고 당기 순이익도 15배나 증가시켰다니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지역 일꾼들인가? 

 

개인 생각이지만 울릉도에는 조합장 선거가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

울릉도의 모든 경제권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는 수협과 농협이 아닌가? 선거가 있으면 옆에 있는 지인들이 후보가 될 만한 사람을 부추긴다고 한다.

당신이 최 적격자라고, 별 볼 없는 K씨도 하는데 왜 당신은 가만히 있는가 하고 말이다.

이렇게 가까운 이웃들이 이권을 놓고 갈등을 조장하고 나름대로의 타당성 있는 논리를 제공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매번 일어나는 지방단체장을 뽑는 선거이다. 결국 집안끼리 원수가 되는 등 볼 쌍 사나운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풍경들이다.

이제 조합 대의원들은 수년간 참고 기다리며 진정한 우리의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 로마 교황청 지하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처럼 며칠 밤을 새더라도 끝장 토론으로 참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그리고 참된 가치관을 가진 지도자를 추대하여 무투표로, 만장일치로, 모두들 박수로 맞이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릉도 인구의 3분의1도 아니 되는 조그만 섬 임자도에 농협조합장 후보 다섯 명이 돈 봉투를 뿌리다가 이제 줄줄이 구속될 처지가 되었고 마을 농민들이 부담해야 할 과태료 또한 커서 온 마을의 민심이 흉흉하다는 소식이다.

 

그들이 울릉도에 와서 배우고 갔으면 좋겠다.

 

마침 울릉선관위에서도 울릉도를 돈 선거 없는 청정지역으로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는 어떤 지도자를 뽑던 돈을 주고 표를 사는 일이 기필코 없어야겠다.

 

군수 선거에 앞서 양대 조합장의 깨끗한 무투표 당선이 향후의 울릉도 기관장 선출에 서광이 되지 않을까?

 

 

2010년3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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