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과 조수미
올해 목련은 너무 예쁘다. 작년 이맘때의 목련은 냉해로 상처를 입어 꽃잎들이 마치 멍 든 것 마냥 삼빡한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올해의 꽃잎은 생기가 돈다.
여태 끝 자목련과 백목련가지를 치지 않고 그냥 두었으면 아마도 십여 미터는 족히 되었을 것이다. 끝없이 위로 올라가는 목련가지에 달리는 큰 잎이 떨어져 이웃에 민폐를 끼치기도 했고 점점 관리하기가 어려워져 가지를 쳐 낼 수밖에 없었는데 작년에는 자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꽃들이 정말 많이 피었다.
1964년 고대에 입학하던 해 본관에서 중앙도서관으로 올라가는 언덕길 아래에 하얀 목련이 피어있었다. 지금도 살아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름조차 몰랐을 뿐 아니라 이런 꽃이 있는지도 모른 채 스무 살을 맞은 셈이었다. 학창시절의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이곳으로 오면서 제일 먼저 백목련과 자목련을 구입하여 심었다. 묘목을 심은 지도 어언 35년이 넘어가고 보니 나무둘레가 꽤나 굵다. 굵기만큼 연륜이 쌓인 셈이다.
보통 흔한 목련이 백목련과 자목련인데 우리 집에는 다른 목련이 몇 개 더 있다. 황목련, 클레오파트라, 골드스타 그리고 무명의 어린 목련이다. 나무이름이 묘목상마다 조금씩 달라서 혼란스럽기는 하나 골드스타는 분명한 것 같은데 클레오파트라와 다른 목련은 이름대기가 그다지 자신이 없다.
황목련은 잎이 엄청나게 큰데 비해 꽃은 잎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몇 차례 베어 버릴까 했으나 가지를 치면 계속 나오고 하여 윗부분만 남겨 놓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목련이다. 노란색 꽃이 큼직하게 피는 목련이 있는데 내가 잘못 선정한 것 같다.
클레오파트라는 진홍색의 작은 꽃으로 정말 매력적이다. 가히 클레오파트라의 이름을 붙여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꽃이다. 지금 꽃봉오리가 터지고 있다. 며칠 내로 만개할 것 같다. 이 또한 작년에는 냉해로 인해 큰 실망을 주었는데 올해는 진홍색의 자태를 맘 끝 뽐내고 있다.
올해의 골드스타는 이상하게도 꽃봉오리가 다섯 개 밖에 없다. 작년에는 무수히 달렸으나 역시 냉해로 인해 제대로 피지도 못한 채 시들어버렸는데 그 영향일지 알 수가 없다. 이 꽃은 몇 년 전부터 꽃망울을 터뜨렸는데 탐스러운 모습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다. 다섯 개라도 탐스럽게 피어주길 기대한다.
이름을 모르는 목련 묘목이 이제 많이 커서 올해는 꽃을 피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역시 꽃망울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으로 또 한 해가 가야하나 보다.
일기예보대로 정확히 비가 내린다. 4월 들어 첫 봄비다. 며칠 전에 심은 꽃들이 혹시 빗물에 녹아내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마대로 살짝 덮어주었다. 내일 오전까지 내린다니 아직 활착하지 못한 꽃들이어서 은근히 걱정이 되어서다.
계속 비가 내린다. 엊그제 윤정인 친구가 카톡방에 올린 조수미의 “love is just a dream”을 몇 차례나 되풀이하면서 듣고 있다. 이런 노래가 있다니 정말 멋지다. 노래와 더불어 ‘한계령풀’이라는 노란꽃 그림이 더욱 다가온다. 이런저런 옛 생각에 캔 맥주 한 개를 따 마시면서 밖을 멍하니 내다본다.
창밖으로 보이는 클레오파트라는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려 자색을 뽐내는데 조금 앞서 피었던 백목련의 잎이 한 개 두 개 떨어지고 있다. 잠깐 왔다가 이내 사라질 운명이다.
무수히 떨어지는 백목련의 낙화를 며칠 걸려서 치워야 할까보다.
목련꽃과 함께 당분간 조수미의 “사랑은 꿈과 같은 것”을 즐겨야겠다.
친구여! 좋은 노래 자주 보내주구려.
@2021년4월3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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