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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고] 울릉도의 대변신 -19-마루보시(丸帽) 김유근 대표에서 쿠팡맨 김수현까지 택배의 진화

by 빠피홍 2025. 2. 26.

[기고] 울릉도의 대변신 -19-

마루보시(丸帽) 김유근 대표에서 쿠팡맨 김수현까지 택배의 진화

 

 

‘34세 쿠팡맨’ ‘울릉도 수현이’ ‘동네 수현이’라고도 불리는 김수현씨는 육지에서 들어오는 택배물을 가정까지 운반해 주는 울릉도 태생의 젊은 청년이다. 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뛰고 있다. 당일배송이 최우선이라고 하면서. 울릉도는 오르막이 많고 차도와 골목길이 좁아 배송 작업이 육지보다는 무척 힘든 곳이다. 이런 그가 월간 6~7백여만 원을 벌고 있다니 한국일보와 동아일보 등 매스컴에서 연이어 그의 활약상을 소개하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택배물을 나르고 있는 김수현씨

 

국내 물류업의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궁금해진다. 1930년대의 조선미곡창고로 알려져 있다. 인수와 통합을 거듭하면서 동아그룹과 금호그룹을 거쳐 지금은 CJ대한통운이 됐지만 그 역사는 95년에 이른다. 1987년 한국특송을 필두로 하여 제트라인, 예스코리아 등 30여 사가 ‘문전(門前)에서 문전(門前)까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지금과 유사한 택배업을 시작했으며 1999년에는 우체국도 택배업에 참여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960년, 일본이 1970년경에 택배업이 성행했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꽤 늦은 셈이다.

 

예전의 ‘택배업’은 이름도 생소한 ‘소화물 문전배송업’ ‘소화물 가정배달제도’ ‘소화물 문전집배업’ 등으로 불리며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택배업은 1992년 한진이 '파발마'라는 이름으로 택배서비스를 본격화하며 1993년 대한통운, 1994년 현대택배 (현 현대로직스) 그리고 1999년 CJ GLS 등로 다양화되며 경쟁 시대로 돌입한 것 같다.

(위) 1945년부터 운항했던 100톤급 목선인 천양환(天陽丸), 유일한 화객선이었으며 이후 금파호(錦波號), 영풍호(永豊號), 대흥호(大興號) 등이 울릉도의 모든 화물과 여객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아래) 현재는 화물전용선인 3,550톤급의 미래13호 및 금강호가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우체국을 제외한 사설 택배영업이 울릉도에 도입된 것은 25년 전인 2000년 한진택배가 그 효시로 보인다. ‘택배(宅配)’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1990년 후반부터 시작된 통신판매업이 성행하면서 가정까지 배달해 주는 새로운 시스템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전까지는 우체국 소포나 대한통운을 이용한 일반화물이 운송의 대세였다.

 

1965년 학창 시절 방학을 이용하여 울릉도에서 학생활동을 하던 중 서울에서 수집한 많은 책을 고향으로 가져간 적이 있었다. 아마도 수십 박스는 족히 되었을 텐데 이를 삼륜차에 싣고 화물회사에 부친 후 울릉도에 도착했고 이를 다시 리어카에 실어 울릉교육청까지 배달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일배송이 가능해진 지금의 문전 배송 시스템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미스터 미창“이나 ‘34세 쿠팡맨’ 같은 신속하고 빠른 택배 시스템이 없던 옛 시절의 일이다.

 

울릉도에는 예부터 택배하면 우체국이 본류다. 울릉우체국, 저동우체국, 서면우체국 그리고 북면우체국 등 4곳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 울릉도 우체국의 택배 총 물량이 2023년도의 아웃바운드 164,000건, 인바운드가 114,000건이었으며 2024년도에는 아웃바운드 120,000건, 인바운드가 105,000건이라고 한다. 육지로 나가는 울릉도 전체 택배물량은 사설 택배업체를 포함하여 연간 50만 건 내외로 추정된다. 봄철이 오면 고로쇠를 비롯하여 각종 산나물이 집중되는 시기여서 우체국에는 아침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도로 앞까지 택배물과 주민들로 긴 줄을 서며 혼잡하다.

우체국 앞에 대기 중인 택배물과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다.

 

현재는 한진택배, CJ대한통운, 쿠팡로직스, 롯데택배, 우체국 등이 택배물을 취급하고 있고 울릉도를 다니는 여객선도 강릉, 묵호, 후포와 포항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다변화되어 물류 이동 또한 편리해져 당일배송에 문제가 없어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대부분의 택배물은 집배송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포항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출항 시간도 여객선에 따라 달라 집배송 시간이 촉박할 뿐 아니라 화물이 오후 8시 전후로 포항에 도착함에 따라 물류창고가 문을 닫는 시간대여서 마땅히 보관할 장소가 없는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아 보인다.

(위) 육지에서 들어오는 화물이나 우체국 소포는 도동항이 유일했으며 선착장이 없어 본선에서 운반선인 하시게로 옮겨 실은 후 인부들이 화물을 옮기고 있다. (아래 왼쪽) 화물을 실은 트럭이 미래13호선 안으로 들어가고 있고 오른쪽은 엘도라도 익스프레서호 쾌속선에서 트럭이 나오는 모습이다.

 

그러나 육지와 울릉도 간의 이동에는 바다라는 장벽이 있어 파도가 한 번 요동치면 며칠이고 발이 묶여 불편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사동항에서 출항하는 화물선인 미래해운과 금강해운이 월.수.금은 포항에서 울릉도로, 화.목.토는 울릉도에서 포항으로 운항하고 있으며 여객선은 엘도라도 익스프레스와 울릉크루즈가 매일 택배 서비스를 하고 있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당일배송도 가능하게 되었으니 괄목할 만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빠르고 안전한 배송도 중요하지만 울릉도로서는 택배비 부담이 늘 화두에 올랐다. 물건을 주문하면 무조건 건당 1만원의 택배비를 부담해야 했다. 육지에 비해 비싼 해상운임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의 택배운임에 대한 정부 지원은 2008년 이낙연 의원이 발의한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개정과 2023년 ‘섬 지역 생활물류(택배) 운임지원 사업’이 시행됨으로써 본격화된 것이다. 이 외에도 울릉군 자체 조례로 제정된 ‘특산물 해상운임 지원’도 함께 지원됨으로써 농어민을 위한 지원 폭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진택배에서 발행하는 운송장, 하단에 운임5000원 도선료 5000원으로 구분 표시된다. 당사자는 이 송장을 모아 농업기술센터에 제출하면 5000원을 보조받는다.

‘특산물 해상운임 지원’ 울릉군 조례에 의한 지원현황(울릉군 100%지원)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지원 현황(경북도/울릉군 각 50%)

 

그동안은 친환경 인정 농산물 택배에 대해 건당 2,500원을 지원하는가 하면 이마저 1차 생산자에게만 적용함에 따라 명이 절임 등은 가공식품이어서 지원에서 제외되기도 했었다. 최근에 와서는 ‘농.수.임산물 및 가공품’으로 지원 대상이 확대되어 유통물류비의 50%를 보조하며 1가구 및 사업장별 농어업인. 사업체는 1천만 원, 주민은 5백만 원 이하로 지원된다고 한다.

 

이제는 육지로 나가는 ‘보낸택배(아웃바운드)’ 물류비만 운임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다. 육지에서 들여오는 ‘받은택배(인바운드)’도 이제 그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생필품을 육지로부터 들여와야 하는 주민들에게 큰 부담되었던 것이 물류비다. 최근까지만 해도 생필품을 육지에서 구매했을 경우 기본 배송비 3천 원에서 7천 원을 추가한 1만 원과 ‘도서 산간비’ 까지포함하여 1만2천원을 내어야만 했으니 비싼 물류비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택배 없는 울릉도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최근 고로쇠 채취 작업으로 인한 추락사고 등 우울한 소식도 들려 오지만 본격적인 산나물 출하가 시작되는 봄철이 눈앞이다. 울릉군과 택배사 그리고 선사들 간의 긴밀한 협조로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한 택배 서비스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민간 택배업체들이 한 단계 높은 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몇 시간씩 줄을 서야만 하는 현상은 이제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화물 운송이 열악했던 1960년 그 어느 날 둥근 마루보시 모자를 쓰고 뒷짐 진 채 부두에서 지휘하던 김유근 대표의 모습과 오늘의 쿠팡맨 김수현씨가 오버랩되면서 울릉도의 화물배송이 많이 변화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헤럴드 경제 경북대구

@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