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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보궐선거 [1]

by 빠피홍 2020. 12. 10.

 

 

감사 보궐선거 [1]

 

 

12월2일 수요일, 카톡 단체방에 “귀여2리 마을회 감사 보궐선거 공고”와 “임시총회 개최 공고”라는 제목의 공지가 올라왔다. 뜬금없는 일이어서 정말 웃긴다는 생각에 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왜냐 하면 감사선거 뿐만 아니라 이장 선거조차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마을이고 감사의 임기가 보름도 채 안되기 때문에 감사선거를 공지하는 것이 의아스러워서이다.

 

무엇이든 원칙에는 틀림이 없다. 잘 하는 일이다. 내가 이장을 한다고 하니까 갑자기 원칙대로 하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 없이 원칙을, 절차를 지키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총무가 이장과 논의해서 올린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이렇다.

 

“귀여2리 마을 주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마을회 감사(홍상표)의 사임(2020년7.24)에 따른 감사의 궐석이 되었는바 정관 제10조에 의거 아래와 같이 감사 선출을 하고자 하오니 주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가를 바랍니다.

1.선출임원: 감사 (임기: 선출일~2020년12월31일까지)

2.후보등록절차: 주민추천으로 주민 전체대화방에 후보추천 등록

3.후보등록기간: 2020.12.3.09:00 ~12.7.18:00“

 

그리고 아래에는 임시총회개최공고를 알리면서 12월8일18시 마을회관에서 개최하며 안건은 “감사선출”이라고 되어있다. 그리고 이장 김유혁이라고 직인까지 제대로 꽝 찍은 공지사항이었다. 이웃 주민이 내게 물어왔다. 뭔 뜬금없는 감사선거냐고? 다가오는 대동회(정기총회)에 감사보고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감사가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내 놓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를 하려면 내가 지난 7월24일에 사임을 했으니 8월 즈음에 공고를 내서 감사를 뽑든가 할 것이지 선거일인 8일 오늘부터 계산하면 신임이장 임기가 끝나는 20일까지 감사의 임기가 12일 뿐인데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임기가 12월31일은 또 무엇인가? 감사만 특별히 31일까지 특혜를 준다는 것인가?

 

2018년12월에 취임한 현 이장이 마을에 가장 중요한 보직인 총무를 일 년이 넘도록 선출하지 않아 내가 수차례나 총무를 빨리 선출해야한다고 주장을 했어도 꿈적도 않던 이장이다. 도무지 이장선출 이외에는 감사나 총무 등의 보직에는 누구도 관심조차 없는 것이 현실인데 어쩐 일로 감사선출 공고를 내는지 대체로 짐작이 간다. 역시 내가 내뱉는 잔소리에 정신을 차려 애 쓰는 것이고 또 하나는 형식논리상 감사보고서의 필요성 때문에 궁여지책의 일환이고 마지막은 나의 이장청문회를 의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니까 말이다.

 

12월7일 이장이 단체방에 글을 올렸다.

“감사보궐선거에 관련하여 XXX님이 단독추천돼어 내일 임시총회시 찬반투표로 선출합니다. 오후 6시 참석바랍니다.(마스크 필히 착용)”

 

부녀회장이 며칠 전에 XXX 주부를 추천했고 이를 찬반투표를 하자는 것이다. 찬반투표라니?

해달라고 애걸을 해도 고개를 내젓고 거절할 판인데 무슨 찬반투표로 감사를 뽑는다는 것인지 기가 막힐 뿐이다. 시장의 어떤 정책에 주민소환으로 주민들이 찬반투표라도 하는 냥 요란스럽다.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추천을 했으면 정중히 모셔도 수락을 할지 모를 일을 이렇게 찬반투표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글을 쓰는 도중에 카톡 소리가 계속 난다.

코로나19 상향조정에 따라 임시총회 참석을 못하는 주민을 위해서 3시와 4시 사이에 사전투표를 실시한다고 한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쯤 되는 모양새다. 사전투표까지 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원칙과 절차를 밟아야한다고 한 것이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장이 참으로 걱정이다. 나의 쓴소리가 효과가 있긴 있나 보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사전투표라니 정말 우리 마을 이장이 대단하지 않는가? 남종면 아니 광주시에서 제일 잘 한 감사선거였다고 소문이 날까 두렵다.

 

 

@2020년12월8일

사전투표 공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