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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일상

책장 비우기

by 빠피홍 2022. 11. 30.

▲책으로 가득찼던 책장이 점점 잡동사니로 바뀌고있다

 

 

책장 비우기

 

 

내 책이라고는 소설이나 에세이 등 몇 권에 불과하지만 애들이 학교와 사회에 나와 모은 책들로 책장을 채우고 있는 실정인데 그들도 이제 관심이 멀어진 상태다. 몇 해 전에 딸에게 연락이 닿았을 때 책을 처분하겠다고 하여 이미 동의를 받아둔 터라 처분절차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청계천 헌 책방에 보내주면 좋겠지만 택배비와 운송작업 등이 힘들어 고민하던 차에 우리 집에 자주 오는 고물수집상에게 가져가겠느냐고 했더니 그냥 씩 웃고 만다. 이 양반 스타일이 늘 이렇다. 돈이 안 됨으로 싫다고 하면 그만인데 관심이 있으나 내게 돈을 못 주겠다는 뜻으로 난 해석하고 있다. 난 돈 받고 헌책을 넘길 생각이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세 박스에 딸의 책을 꽉 채웠더니 엄청 무겁다. 대부분의 책들이 미국 원서여서 국내 책보다 두 배나 무거운 것 같다. 빈 박스 여유분도 부족하고 동시에 반출하기에는 너무 힘이 듦으로 준비 되는대로 조금씩 밖에 내 놓으면 가져가기로 했다. 오늘이 벌써 네 번째다. 한 번에 세 박스씩이었으니 오늘로서 벌써 12박스를 버리게 된 셈이다. 앞으로 두 서너 박스만 처분하면 책장이 텅 비게 될 것 같다.

 

이제 큰 활자로 된 책이 아니고서는 읽을 수가 없다. 돋보기로 한 두 개 정도의 단어 찾기를 한다면 모르겠으되 긴 문장을 읽어 내려갈 수가 없다. 내가 사라진 이후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를 해두고 싶어서다. 빈 책장에 간단한 잡동사니로 채워지고 있다. 가족 앨범이 있는 책장 하나는 그대로 둔 채 미련 없이 모두 정리할 계획이다.

 

 

@2022년11월28일

 

 

▲ 세 박스씩 책을 담아 밖에 내놓으면 고물수집상이 회수해 간다

 

▲가족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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