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기
이른 아침부터 기계음 소리가 요란하다. 나무를 베는 소리 같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밖으로 나오자 젊은 청년 두 명이 나무를 자르고 있고 중년남성이 마스크를 벗으며 인사를 한다. 모두들 이 교회에 다니는 신도들이다. 길옆의 나무를 자르고 있었다.
우리 집 울타리와 이웃한 곳이 ‘남종전원교회’인데 큰 나무들이 몇 그루 도로 옆으로 있어 여간 불편하지 않았는데 은행나무 한 둥치를 잘라낸 것이 보였다. 가을이면 은행 알이 떨어져 바닥에 뒹굴며 냄새를 피우던 그 나무였다.
젊은이가 두 번째 나무를 자르려고 엔진톱 시동을 거는데 도무지 작동이 되질 않자 난감해 했다. 몇 차례 시도 하더니만 젊은이가 포기를 한다. 이왕 시작한 것인데 마무리를 해야지 않겠는가? 윗동네에 있는 홍남표 형님에게 전화를 하고서는 기계를 들고 갔다. 나와 같은 항렬이어서 형님으로 부르고 있는 분인데 전기 쪽에는 꽤 전문가임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부탁을 했다. 이 기계는 다루어보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이것저것 기계를 분해하면서 먼지도 제거하고 페이퍼로 초크부분을 문지르기도 하면서 몇 차례 시동을 걸어보았으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형님도 난감해 했다.
어쩔 수 없이 마을회관에 있다는 톱이라도 갖다 쓰려고 했으나 어디에 있는지 찾지를 못하고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마침 우리 동네에 살았던 조두행 집사가 나타났다. 오늘 나무베기는 조 집사 감독 하에 교인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조 집사는 이런 일에는 베테랑이어서 믿음이 가는 분인데 고장이 날 리가 없다고 하면서 몇 차례 끈을 세차게 잡아 댕기자 시동이 걸렸다. 다행이었다. 난 얼른 홍남표 형님에게 전화를 했다. 기쁜 목소리로 시동이 걸렸다고 하면서 “엔진 소리 들리십니까?”라고 말이다. 매우 기분이 좋은 듯 했다. 수리를 하느라 애써 고생을 했는데 작동이 되질 않았으니 얼마나 기분이 상했겠는가?
길가에 있는 50여년 생 은행나무가 여섯 그루, 느티나무가 한 그루가 있는데 오전 내내 우리 집 정원에 길게 내려깔리는 이들의 그림자가 마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낙엽 치우기에도 진땀을 뺐다. 매년 큰 마대로 일곱 개 정도나 나오는데 낙엽을 이제는 버릴 곳도 마땅치 않을 뿐 아니라 가을부터 이들 낙엽이 집 마당에 수 없이 날아들어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어서 그냥 지내온 처지다. 목사와 우연히 만나게 되면 나무를 중간 정도라도 잘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이야기를 하곤 했었는데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노라고 하면서 언제 전지작업을 할지 기회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 드디어 작업이 본격화 된 것이다.
느티나무 한 그루를 제외하고 모든 작업이 끝났다. 날이 어두워졌고 교회 안쪽에 있는 나무베기 작업도 해야 하는데 어차피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하면서 작업을 끝냈다. 길가의 느티나무를 깔끔하게 배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도리가 없다.
길가에 있는 작은 나무들의 전지는 내가 해주겠다고 했다. 최근에 유투브를 통해 알게 된 가지치기 방식으로 짬을 내어 전지작업을 해주어야겠다. 우리 집에 들어오는 길목이 아닌가. 올 가을부터는 길가를 덮던 수많은 은행잎 때문에 속앓이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020년01월14일
오른쪽으로 있는 키큰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작은 나무를 제외하고 배낸 큰 나무둥치들이 보인다
큰 느티나무 한 그루만 달랑 남았다.
머지않아 곧 배어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