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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찍은사진

눈 내리는 관음사

by 빠피홍 2017. 2. 3.



눈 내리는 관음사

    

 

금년 들어 꽤 눈이 잦은 편이다. 벌써 네 번째인 것 같다.

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다. 내 나이 칠십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눈은 좋다. 마음은 젊었을 때와 다르지 않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뒷산에 있는 관음사로 올라갔다.

눈이 계속 내리고 있다. 경사가 제법 있는 터라 조심스럽게 올라가 본다.

조용한 산사에 눈만 쌓여있을 뿐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눈만 내리면 내 어렸을 적 뛰놀던 고향이 떠오른다. 울릉도다.

많이 내릴 때는 1미터가 훌쩍 넘는 눈이 내린다. 대학에 다니던 4년 내내 겨울방학을 고향에서 보냈다. 특히, 겨울에는 초등학교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함께 동네처녀들과 이불 속에 발을 넣고 노래와 게임도 했다.

 

정월보름 즈음이면 고개 너머 사동이라는 동네에서 노래자랑을 하곤 했는데, 마치고 돌아오는 눈 덮인 길은 처녀총각이 뒤엉켜서 미끄러지기 일 수였다. 하얗게 쌓인 눈 위로 보름달이 비추고 우린 서로 이것을 즐겼다.

 

그리고 늘 떠오르는 것은 눈 속의 데이트다.

깜깜한 밤, 여자 친구와 단 둘이 눈을 맞으며 허리까지 빠지는 눈 속을 거닐던 그 때가 그립다.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눈 쌓인 겨울은 밝기만 하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2017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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