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천 행
11시에 상봉역에 모였다.
마치 오랜만에 먼 여행이라도 가는 기분이다. 전차를 기다리느라 약간 지루하기도 해서 성수와 난 맥주 한 캔씩 마시며 마치 말할 시간이 별로 없는 양 철로변 대기줄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성수, 함경옥 그리고 나, 박춘기는 사흘째 연락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불참했고 남춘천에 있는 성수의 아우가 최근에 오픈했다는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늘 만나곤 했던 종로5가 광장시장이 아닌 경춘행 전차를 타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탄 객차에는 대부분 외국인이다. 아마도 남이섬으로 가는 일행들로 보이는데 용케도 경춘선 전차를 탄 것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세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찾느라 조금 더듬거리는 사이에 좌석 두 개는 확보되었으나 한 개는 어느 아주머니가 잽싸게 낚아채서 내가 서서 가기로 했다.
꽤나 먼 여정이다. 1시간 20여 분만에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예전의 그 춘천이 아니다. 큰 건물과 멋진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진 외관이며 도로변 또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소문난 두루치기’ 식당에서 우린 모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수는 요즘 문인협회 일로 엄청 바쁘게 살고 있고 경옥은 여전히 신문에 연재도 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모두들 정말 대단한 열정이다. 돌아오는 전차 안에서 둘의 모습을 촬영했다.
젊고 팽팽했던 그들의 얼굴에는 이제 짙은 주름이 배어나는 것 같다. 오로지 그들만의 역정을 이어온 인물들이다. 외길로 정의롭게 살아온 그들이 존경스러워진다. 우리 모두 50년의 긴 세월동안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우정을 쌓아 오지 않았던가? 앞으로도 모두 건강 잘 챙기고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즐거운 하루였다.
@2017년1월6일(금요일)
함경옥과 정성수
저녁 늦은 서울 상봉역행 전차 안의 모습이다.
돌아가는 전차 안의 우리들의 모습이다
형광등 빛 때문일까 더욱 창백한 우리들 모습이다.
칠십 중반에 곧 들어 설 우리네 삶의 흔적이다
‘소문난 두루치기’
010-5230-2190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 999-2